....이외수의 비상법 “아불류 시불류" 2장
.제2장 지구에는 음악이 있기
53. 무려 다섯 번이나 문장을 고쳤는데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럴 때 언어가 생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63. 아무리 학벌의 좋고 아무리 직급이 높아도 양심을 팽개치고 사리사욕에
눈멀어 있다면 짐승보다 무가치한 인간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데
정작 해당되는 장본인들은 젠장 할, 예술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내 글을 절대로 안 읽는다.
67. 서재에서 밤새도록 책을 읽던 귀뚜라미는 소리가 요즘은 들리지 않는다.
병뚜껑에 포도주 가득 따르고 삼겹살이라도 한 조각 구워서 사금파리에
올려놓고 책거리라도 해주었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삐치냐 귀뚤선비.
69. 공부해서 남주냐, 옛날 유행어가 있었다.
하지만 공부해서 남 안주는 놈들이야 말로 헛공부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70. 햇빛이 날 보고 돈 달라고 한 적 없고 풀꽃이 날 보고 돈 달라고 한 적 없어요
집 나가면 도처에서 돈 달라고 손 벌리는 도시. 왜들 거기서 악착같이 사시나요.
72. 냉장고 문을 열고 멍 때릴 때가 많다. 도대체 무엇을 꺼내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안녕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식품들한테
인사를 던지고 냉장고 문을 도로 닫는다. 냉장고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란다.
싱거운 놈.
77. 인터넷을 떠돌다 보면, 글 밥 서른이 넘은 나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려 들거나
환갑이 넘은 나한테 인생을 설교하는 젊은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아이를 불문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대부분 터치폰 앞에서 다이얼
돌리는 소리들이니, 어카믄 좋으냐.
82. 지구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우주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물론 사람들 인생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인생 전체가 봄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불행해진다.
93. 오래된 사양의 컴퓨터, 어느 날 갑자기 작동을 멈추어 버렸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고쳐 보려다가 포기해 버리고 신경질적으로 본체를 한 방 걷어찼는데
어머나, 컴퓨터가 갑자기 작동을 시작했다. 오, 한순간에 기계가 폭력을
이해하는 경지로까지 진화할 수 있다니!
94. 동물이 인간으로 화하려면 100일 동안이나 마늘과 쑥을 먹어야 한다지만
인간은 양심만 팽개쳐버리면 그 즉시 동물로 화해버릴 수 가 있다.
우리들 주변에 마늘과 쑥을 죽을 때까지 먹어도 이제는 인간으로 변환되지 않을
듯한 족속들은 얼마나 많은지.
114. 사공이 현자에게 물었다. 사람들을 싣고 강을 건너야 하는데 노를 젓기가
싫습니다. 어찌 해야 합니까. 현자가 대답했다.
사람들을 등에 싣고 수영을 해서 건널 자신 있습니까, 사공이 대답했다.
없습니다. 현자가 결론을 내렸다. 그냥 살던 대로 사시오.
..나머지 부분은 책속에 들어 있는 내용 직접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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